회색 목도리와 첫눈
재소(Jaeso)64 次播放
계절이 세 번이나 바뀐 뒤에야 옷장 구석 먼지 쌓인 상자를 열어 엉켜버린 전선들 그 틈 사이로 네가 매일 쓰던 헤드폰을 찾았어 하얗던 가죽은 조금 변색됐고 귀에 닿는 패드는 다 갈라졌지만 손끝에 닿는 차가운 감촉마저 우리가 나눈 시간처럼 선명해 전원을 켜면 네가 올 것만 같아 멈춘 기억이 다시 말을 걸까 봐 작은 배터리 표시가 깜빡일 때 숨을 고르며 버튼을 눌러보네 김이 모락 나던 편의점 어묵과 코끝이 찡하게 시렸던 밤거리 취해서 울먹인 너의 그 전화도 이젠 따스한 추억이 되었어 미워했던 마음은 전부 녹아내려 고마웠어 나의 예쁜 계절아 너도 지금 어디선가 잘 지내니 "나 지금 잘 들려?" 웃음 섞인 말 녹음된 파일 속 넌 여전히 밝아 아무것도 아닌 농담을 던지고 둘이서 깔깔대며 걷던 그 길 위 그땐 왜 그리도 자주 다퉜을까 지나고 보니 다 사소한 일인데 스피커 너머로 들리는 네 숨소리 이제야 웃으며 마주할 수 있어 김이 모락 나던 편의점 어묵과 코끝이 찡하게 시렸던 밤거리 취해서 울먹인 너의 그 전화도 이젠 따스한 추억이 되었어 미워했던 마음은 전부 녹아내려 고마웠어 나의 예쁜 계절아 너도 지금 어디선가 잘 지내니 서랍 한 켠에 깊숙이 밀어뒀던 무거운 미련을 이제는 놓아줄게 이 헤드폰을 이제 버려도 괜찮아 내 마음은 충분히 가벼워졌으니 아름다웠던 우리만 남겨둘게 잘 지내 부디 아프지 말고 잘 지내 좋은 사람 만나서 그거면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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