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Lyrics
짐을 정리하다 멈춘 손길 끝에 바스러질 듯한 종이 한 장 서랍 가장 깊은 구석 자리에서 잊고 살았던 계절을 꺼내 노란 콩가루 옅게 묻은 자국 여태 지워지지 않고 남았네 삐뚤빼뚤 적힌 할머니의 글씨 마음 한구석을 툭 건드리네 비가 쏟아지던 어느 오후였지 우산도 없이 뛰던 내 등 뒤로 뜨끈한 시루떡 김이 모락모락 내 손에 쥐여주던 그 온기 “언제나 네가 좋아하는 인절미는 잊지 않고 꼭 챙겨둘게” 그 약속이 담긴 작은 쪽지가 8년의 시간을 건너왔네 이제 그 골목 어귀 떡집 자리엔 차가운 편의점이 들어섰고 달큰하게 퍼지던 그 냄새는 어디로 흘러가 숨어버렸나 대형 마트에서 사 온 인절미는 왜 그때처럼 달지가 않을까 사소한 그리움이 목을 메게 해 나도 모르게 숨을 고르네 내 주머니 속 남은 작은 온기가 시린 내 하루를 꼭 안아주네요 그저 인연이 곁에 머물지 않아도 받은 마음만으로 충분히 살아요 꼭 영원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그때의 할머니 나이가 된 내가 이제는 누군가의 추운 날씨를 따뜻하게 비춰줄게요 고마웠어요 참 고마웠어요 말하지 못한 인사를 전해요 어렴풋이 웃음이 나네요 명절이 되면 나도 모르는 새 예전 동네 방향으로 걷곤 해 익숙한 담벼락 그림자 사이로 할머니 목소리 들릴 것 같아 “왔니?” 하며 내밀던 그 손바닥 투박하고 거칠었지만 참 좋아 그 온기가 내 삶의 바닥을 든든하게 지탱하고 있었네 거울 속의 나를 가만히 보다가 세월의 흐름을 담담히 배워요 모든 건 변하고 사라지겠지만 내 안에 심어진 다정한 기억은 절대로 시들지 않을 거예요 나를 살게 하는 힘이 될게요 내 주머니 속 남은 작은 온기가 시린 내 하루를 꼭 안아주네요 그저 인연이 곁에 머물지 않아도 받은 마음만으로 충분히 살아요 꼭 영원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그때의 할머니 나이가 된 내가 이제는 누군가의 추운 날씨를 따뜻하게 비춰줄게요 오늘도 출근길 편의점에 들러 플라스틱 통에 담긴 인절미 예전 그 맛은 당연히 아니지만 기분 좋은 온기가 손 끝에 쪽지를 다시 고이 접어두고 가벼운 발걸음을 떼어보네요 할머니 저 이제 잘 다녀올게요 웃으며 문을 열고 나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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