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
Lyrics
녹슨 열쇠를 돌려 8년 만에 열린 문 먼지 쌓인 공기 속 늦가을 햇살이 비쳐 창가엔 정지된 시간 춤을 추는 먼지들 서재 책상 위엔 낡은 볼펜 한 자루 냉장고 문에 붙은 바랜 종이 한 장엔 이사 갈 날짜와 잊지 말라 적힌 메모 코끝을 스치는 냄새 회색 가디건 털실에 당신의 숨결이 아직 남아있는 듯해 어른이 되면 다 무뎌지는 줄 알았어 작은 흔적 하나에 무너질 줄 몰랐어 신발장 위 놓인 닳아버린 슬리퍼 주머니 속 잊혀진 오래된 감기약 한 봉지 밥 먹었니 묻던 그 목소리 들리는데 대답도 못한 채 난 여기 서 있어 미안해 정말 미안해 엄마 아무리 불러봐도 대답이 없네 문을 쾅 닫고 나가 전화도 피하던 날 그게 마지막인 줄 꿈에도 몰랐던 나 철없던 어린 내 모습 거울 속에 비치면 참았던 눈물이 바닥으로 떨어져 주머니에 손을 넣어 바스락거리는 약봉지 내 걱정만 하다가 정작 본인은 아팠으면서 왜 이제야 보여 왜 이제야 들려 목이 터져라 불러도 돌아오지 않는 시간들 신발장 위 놓인 닳아버린 슬리퍼 주머니 속 잊혀진 오래된 감기약 한 봉지 밥 먹었니 묻던 그 목소리 들리는데 대답도 못한 채 난 여기 서 있어 슬리퍼를 신어봐 조금 작은 듯해도 당신의 온기가 발등을 감싸오네 나 이제 이 집을 잘 지키며 살게 걱정하지 마요 나 이제 다 컸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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