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소매 끝의 미소
재소(Jaeso)73 回再生
갓 닦아낸 투명한 유리창 위로 가을 저녁의 공기가 내려앉네요 먼지 하나 없이 매끄러운 표면 그 너머로 번지는 노란 불빛 하나 우리 자주 머물던 그 옛집 앞 기울어진 가로등은 여전하네요 손끝에 닿는 차가운 감촉이 멈춰있던 기억을 깨워내고 조용히 흐르는 비올라 선율에 나도 모르게 숨을 죽여보죠 그날의 우린 참 어렸었나 봐요 마지막이란 말도 다 못 전하고 멀어지던 너의 뒷모습 위로 차갑게 흩어지던 가을의 조각들 시간이 흘러 흐릿해진대도 이 가로등 불빛은 지워지지 않아 남겨진 마음이 여기에 머물러 조금씩 떨리는 나의 목소리만 첼로의 낮은 울림을 닮았던 너의 무겁고도 다정했던 농담들 하프 줄을 타는 빗방울처럼 내 맘을 두드렸던 너의 웃음소리 이제는 낡아버린 대문 틈 사이 그리움만 이끼처럼 돋아나네요 기타 줄 위에 얹은 손가락이 차마 짚지 못한 서툰 코드처럼 미처 말하지 못한 후회들이 내 가슴 한구석에 고여있네요 그날의 우린 참 어렸었나 봐요 마지막이란 말도 다 못 전하고 멀어지던 너의 뒷모습 위로 차갑게 흩어지던 가을의 조각들 시간이 흘러 흐릿해진대도 이 가로등 불빛은 지워지지 않아 혹시 너도 지금 이 불빛을 볼까 어디선가 나처럼 숨을 고를까 괜찮다고 다 지나간 일이라고 스스로를 다독이는 이 밤의 위로 미세한 떨림까지 너에게 닿기를 사실은 아직 널 보고 싶나 봐요 닦아낼수록 더 선명한 기억들 가장 빛나던 그 시절의 우리 가로등 아래 멈춘 시간의 그림자 후회라는 건 늘 늦게 오지만 이젠 웃으며 너를 보내주려 해 따스한 불빛이 나를 감싸오면 깊은 한숨 끝에 널 놓아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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