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
歌詞
테이프 소리만 가득한 방 안에서 먼지 쌓인 찬장 구석을 비우다가 하얀 라떼잔에 손끝이 닿았어 이사 갈 준비에 정신이 없었는데 이 잔을 보니까 시간이 멈춰버려 김이 서려 있던 그날의 우리처럼 비 오던 오후에 우리는 다퉜었고 말없이 앉아서 창밖만 보았었지 네가 하려던 말 무엇이었을까 미안하다는 말 그게 참 어려워서 식어버린 커피 바닥만 저었나 봐 이제야 알 것 같은 너의 그 서운함이 내 가슴 한쪽에 무겁게 내려앉아 늦어버린 진심 전할 길은 없지만 비워진 이 잔에 내 맘을 채워본다 남대문 시장서 같이 고른 이 잔은 햇살 좋은 날엔 참 예쁘게 빛났어 너를 닮은 듯한 부드러운 곡선들 입술만 달싹이다 결국 고갤 숙이며 잔을 쥐고 있던 너의 그 하얀 손을 왜 잡지 못하고 난 외면했을까 미안하다는 말 그게 참 어려워서 식어버린 커피 바닥만 저었나 봐 이제야 알 것 같은 너의 그 서운함이 내 가슴 한쪽에 무겁게 내려앉아 얼룩진 자국을 정성껏 닦아내고 뽁뽁이 비닐로 너를 감싸 넣으며 다음에 만나면 꼭 말해줄 거라고 작은 상자 위에 약속을 적어둔다 고마웠다는 말 끝내 하지 못해서 남겨진 온기만 손바닥에 맴돌아 이제는 보내야 할 우리들의 조각들 찬장 깊은 곳에 추억을 묻어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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