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릿한 오후의 조각
사은(Saeun)98 plays
달콤한 토스트 냄새에 눈을 떠 창가엔 빨래들이 하얗게 흔들려 분홍색 물조개를 조용히 집어 들고 너가 두고 간 화분에 물을 줘 어느새 잎이 하나 새로 났어 너가 좋아했던 연한 초록색으로 그걸 보니 문득 네 생각이 나네 참 예쁘다며 웃던 네 표정까지 시간은 참 정직하게도 흘러서 작던 화분이 이만큼 자랐어 기억은 먼지처럼 쌓여 있다가 햇살이 비추면 다시 춤을 춰 그때 우린 정말 어렸지 매일 밤 사소한 고민만 나누다가 푸른 새벽이 오곤 했어 서로의 어깨에 기댄 채로 그저 따뜻했던 우리의 계절 아쉬움 없이 널 보내줄게 고마웠어 나의 작은 숲아 따스한 바람이 불어와 초록빛 잎사귀가 흔들려 우리의 어제는 참 예뻤던 것 같아 이 다육이를 선물 받았던 날엔 현관 앞에 젖은 우산이 놓여 있었지 무거운 짐을 나눠 들고 오르던 좁은 계단 난간엔 낡은 스티커 너가 장난스레 붙여둔 그 자리에 아직도 그대로 붙어 있더라 우린 참 사소한 것에 행복했어 작은 잎 하나에도 크게 웃었지 이제는 물 주는 시간마저도 나의 편안한 일상이 되었어 너의 흔적이 가득한 이 방에서 나는 조금씩 어른이 되어가 그때 우린 정말 어렸지 매일 밤 사소한 고민만 나누다가 푸른 새벽이 오곤 했어 서로의 어깨에 기댄 채로 그저 따뜻했던 우리의 계절 아쉬움 없이 널 보내줄게 고마웠어 나의 작은 숲아 너도 어딘가서 잘 지내고 있겠지 너가 키우던 고양이도 많이 컸겠다 가끔은 나처럼 창밖을 보며 좋았던 기억만 떠올리길 바래 부디 아프지 말고 건강해야 해 그때 우린 정말 어렸지 매일 밤 사소한 고민만 나누다가 푸른 새벽이 오곤 했어 서로의 어깨에 기댄 채로 그저 따뜻했던 우리의 계절 아쉬움 없이 널 보내줄게 고마웠어 나의 작은 숲아 나도 이제 혼자서 다육이 키우는 법을 다 알았어 걱정하지 마 난 잘 지내니까 연한 초록빛의 안부를 보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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