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두 시, 가로등 아래에서
재소(Jaeso)33 plays
낡은 시계추가 멈춘 이곳 십이 년 전 너를 보낸 밤 차가운 벤치 끝에 앉아 입김 속에 네 이름 적어 자판기 커피는 금방 식고 종이컵 너머 번지는 온기 하얀 눈발이 발등을 덮어 네게 가던 길도 지워질까 낡은 코트 속 깊은 주머니 반쪽만 남은 그날의 표 닳아버린 종이 끝자락에 네가 남긴 약속이 맺혀 돌아올 거란 그 한마디가 나의 계절을 겨울에 가뒀어 기차 소리에 잠시 눈을 뜨면 여전히 넌 없을 걸 알지만 난 이곳을 떠날 수가 없나 봐 하얀 눈이 내려와 내 기억을 덮어 가 플랫폼 벽에 새긴 이름들 세월에 깎여 희미해져 창문에 비친 낯선 내 얼굴 그 속에서 너를 찾아 헤매 먼지 쌓인 대합실 구석에 홀로 남겨진 그림자 하나 이젠 오지 않을 걸 알면서도 발걸음은 자꾸만 되돌아 돌아올 거란 그 한마디가 나의 계절을 겨울에 가뒀어 기차 소리에 잠시 눈을 뜨면 여전히 넌 없을 걸 알지만 난 이곳을 떠날 수가 없나 봐 심장 깊은 곳 그날의 외침이 터질 듯이 나를 뒤흔드는데 왜 너는 아직도 오지 않는 거니 온 세상이 하얗게 멈췄는데 내 가슴만 뜨겁게 타올라 사랑한다는 그 흔한 말조차 못다 전하고 널 보내야 했어 눈꽃 사이로 네가 보일 때면 숨이 멎을 듯 소리쳐 불러봐 제발 한 번만 나를 돌아봐 줘 가지 마라 가지 마라 막차는 이미 떠나버리고 정적만 남은 차가운 역 내일이 오면 다시 이곳에 어제처럼 나는 서 있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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