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창에 그린 여름
재소(Jaeso)81 次播放
서랍 깊은 곳 먼지 쌓인 상자 그 속에 숨어있던 갈색의 조각 계절이 바뀌고 한참이 지나서야 내 손끝에 닿은 낯익은 까칠함 창밖은 이미 시린 바람이 불어 어깨 위로 살짝 걸쳐본 무게 코끝을 스치는 옅은 비누 향기 아직도 여기에 머물러 있었나 시간은 멈춘 듯 방 안을 채우고 난 가만히 눈을 감아보네 소매 끝에 일어난 작은 보풀들 우리가 나누었던 수많은 대화들 작은 옷핀 자국이 남은 왼쪽 가슴엔 너의 온기가 아직 박혀있는 것 같아 슬프지 않은 건 참 이상한 일이지 그저 따뜻해 그날의 우리처럼 명동의 어느 좁은 골목길에서 찬 손을 맞잡고 고르던 옷가지 너는 내게 참 잘 어울린다 말하며 목도리까지 둘러주곤 웃었지 가로등 불빛 아래 하얀 입김들 그 겨울은 유난히도 포근했는데 해진 소매 사이 비집고 들어온 오래된 기억이 나를 감싸오면 어느새 방 안은 너의 계절로 변해 난 가만히 숨을 쉬어보네 소매 끝에 일어난 작은 보풀들 우리가 나누었던 수많은 대화들 작은 옷핀 자국이 남은 왼쪽 가슴엔 너의 온기가 아직 박혀있는 것 같아 슬프지 않은 건 참 이상한 일이지 그저 따뜻해 그날의 우리처럼 실밥 하나 풀린 곳 없이 여전한데 우리만 조금씩 헐거워졌나 봐 어디선가 너도 이 바람을 맞으며 나와 같은 계절을 걷고 있을까 깊은 첼로의 선율처럼 아려와 이제는 가지런히 개어두려 해 낡은 기억도 함께 접어 넣으며 언젠가 찾아올 또 다른 겨울에는 새로운 온기를 채울 수도 있겠지 고마웠어 나를 안아준 이 옷처럼 참 예쁘게 사랑했었던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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