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향 (Aftergl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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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직거리는 네온사인 아래 반쯤 나간 불빛이 흔들려 무거운 드럼통 돌아가는 소리 난 여기 멍하니 앉아 시계는 멈춘 것 같아 67의 속도로 흐르는 밤 너의 향기가 밴 셔츠를 던져 이제는 남이 된 너의 흔적 독한 세제 냄새가 코끝을 스치고 하얗게 부풀어 오르는 거품들 우리 기억도 저렇게 커지다 결국엔 톡 하고 터져버릴까 현실인지 꿈인지 잘 모르겠어 내 눈앞엔 보라색 잔상만 빙글빙글 돌아가는 양말처럼 내 맘도 제자리에서만 맴돌아 어지러운 이 밤의 끝에서 우린 지금 세탁 중이야 다 지워질 때까지 다 잊혀질 때까지 천천히 아주 느리게 거품 속에 숨어버린 너의 이름 너의 말투 번져가네 자꾸 번져가네 자꾸 몽롱한 이 기분 왼쪽 소매에 묻은 커피 자국 그날 우리가 싸웠던 이유 지우려고 문질러봐도 오히려 더 깊게 스며드는 기분 페이저 걸린 기타 소리처럼 너의 목소리가 일렁거려 세탁기 유리창 너머로 너의 환영이 보였다 사라져 물결치는 천장이 낮게 내려와 난 가라앉는 기분이야 깊게 이별은 원래 이런 색이었나 아무 감각이 없어지네 꿈인지 현실인지 헷갈려 내 손가락 끝엔 비눗방울만 빙글빙글 돌아가는 양말처럼 내 맘도 제자리에서만 맴돌아 어지러운 이 밤의 끝에서 우린 지금 세탁 중이야 다 지워질 때까지 다 잊혀질 때까지 천천히 아주 느리게 탈수되는 소리는 비명 같아 축 처진 옷가지들을 꺼내 온기는 사라지고 축축한 너의 잔향만 손끝에 남아 창밖은 이미 새벽 4시 네온사인은 완전히 꺼졌지 난 여전히 비몽사몽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빙글빙글 돌아가는 양말처럼 내 맘도 제자리에서만 맴돌아 어지러운 이 밤의 끝에서 우린 지금 세탁 중이야 다 지워질 때까지 다 잊혀질 때까지 천천히 아주 느리게 톡 하고 터지는 기억의 파편들 사라지네 자꾸 멀어지네 자꾸 이건 꿈일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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