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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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지하 창문 틈으로 가을이 조금씩 들어와 오후 다섯 시의 공기는 차갑지도 따뜻하지도 않아 맥주 한 캔을 땄어 치익 소리가 방을 채우네 책상 구석에 놓인 흐릿한 폴라로이드 우리 그때 계곡에서 참 많이도 웃었었지 외로운 건 아닌데 그냥 네 생각이 났어 지우지 못한 번호처럼 구석에 남겨둔 마음들 이제는 꽤 괜찮아 혼자 마시는 맥주가 달아 어른이 되는 걸까 아니면 무뎌진 걸까 나른한 이 기분이 싫지만은 않은 오후 냉장고 문을 열면 하루 지난 두유 하나 바닥엔 짝 잃은 양말 창가엔 시든 민트 화분 덜컹대는 세탁기 소리 네가 코 골던 소리 같아 먼지 쌓인 기억들이 햇살에 비쳐 날리고 나는 가만히 앉아서 남은 거품을 삼키네 외로운 건 아닌데 그냥 네 생각이 났어 지우지 못한 번호처럼 구석에 남겨둔 마음들 이제는 꽤 괜찮아 혼자 마시는 맥주가 달아 자전거를 타고 나갈까 목적지 없이 달려도 불안하지 않은 저녁 누군가의 연락 없어도 내 시간은 잘만 흘러가 문틈으로 스며든 바람 예전에 같이 마시던 소주만큼이나 시원해 기분 좋은 한기 속에 나른하게 몸을 뉘어 외로운 건 아닌데 그냥 네 생각이 났어 지우지 못한 번호처럼 구석에 남겨둔 마음들 이제는 꽤 괜찮아 혼자 마시는 맥주가 달아 어른이 되는 걸까 아니면 무뎌진 걸까 나른한 이 기분이 싫지만은 않은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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