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die

오후 다섯 시의 폴라로이드

재소(Jaeso)

84 main · 0 kegemaran · 3:43

Lirik

반지하 창문 틈으로
가을이 조금씩 들어와
오후 다섯 시의 공기는
차갑지도 따뜻하지도 않아
맥주 한 캔을 땄어
치익 소리가 방을 채우네

책상 구석에 놓인
흐릿한 폴라로이드
우리 그때 계곡에서
참 많이도 웃었었지

외로운 건 아닌데
그냥 네 생각이 났어
지우지 못한 번호처럼
구석에 남겨둔 마음들
이제는 꽤 괜찮아
혼자 마시는 맥주가 달아

어른이 되는 걸까
아니면 무뎌진 걸까
나른한 이 기분이
싫지만은 않은 오후

냉장고 문을 열면
하루 지난 두유 하나
바닥엔 짝 잃은 양말
창가엔 시든 민트 화분
덜컹대는 세탁기 소리
네가 코 골던 소리 같아

먼지 쌓인 기억들이
햇살에 비쳐 날리고
나는 가만히 앉아서
남은 거품을 삼키네

외로운 건 아닌데
그냥 네 생각이 났어
지우지 못한 번호처럼
구석에 남겨둔 마음들
이제는 꽤 괜찮아
혼자 마시는 맥주가 달아

자전거를 타고 나갈까
목적지 없이 달려도
불안하지 않은 저녁
누군가의 연락 없어도
내 시간은 잘만 흘러가

문틈으로 스며든 바람
예전에 같이 마시던
소주만큼이나 시원해
기분 좋은 한기 속에
나른하게 몸을 뉘어

외로운 건 아닌데
그냥 네 생각이 났어
지우지 못한 번호처럼
구석에 남겨둔 마음들
이제는 꽤 괜찮아
혼자 마시는 맥주가 달아

어른이 되는 걸까
아니면 무뎌진 걸까
나른한 이 기분이
싫지만은 않은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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