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
가사
어두운 방 안 작은 서랍을 열어 먼지 쌓인 봉투 하나를 꺼내 희미한 달빛이 창틀을 넘어 바랜 종이 위로 조용히 내려 손끝에 닿는 종이의 질감 잊고 살았던 어제의 예감 코끝에 스치는 낡은 향기 구부러진 모서리 끝의 온기 손가락 끝으로 글씨를 읽어 멈춰버린 시간이 나를 깨워 잊은 줄 알았던 이름 석 자가 심장 깊은 곳을 툭 건드려 번진 잉크 자국 그 사이로 참아왔던 눈물이 고여 너는 아직 거기 살고 있나 봐 나만 혼자 계절을 걸었나 봐 우리의 밤은 여기 멈춰서 가지 못한 문장만 남았어 멀리 들리는 자동차 소리 적막한 방 안을 채우는 소음 너의 필체는 여전히 고와 아픈 기억마저 다정해 보여 불을 켜지 못한 나의 마음이 그림자 속에 길게 누워 창밖의 소음은 멀어져 가고 추억은 파도처럼 밀려와서 숨을 고르며 눈을 감아봐도 너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 잊은 줄 알았던 이름 석 자가 심장 깊은 곳을 툭 건드려 번진 잉크 자국 그 사이로 참아왔던 눈물이 고여 너는 아직 거기 살고 있나 봐 나만 혼자 계절을 걸었나 봐 버리지 못해 숨겨둔 마음이 오늘 밤 나를 무너지게 해 다시 돌아갈 수 없다는 걸 너무 잘 알아서 더 숨이 차 한숨 섞인 노래가 흩어져 텅 빈 방 안을 맴돌다 사라져 희미해져 가는 이름 석 자가 마지막 인사를 건네는 밤 바랜 종이 위로 떨어지는 달빛 속에 너를 보내줄게 이제야 긴 잠을 자려나 봐 우리 정말 안녕인가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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