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소리에 녹은 안부
재소(Jaeso)92 回再生
찬 바람에 손을 불며 낡은 문을 열었어 김 서린 창가 너머 익숙한 뒷모습 멸치 육수 냄새에 코끝이 찡해져 네 목에 감긴 스카프 예전 그 색깔 같아서 멈칫한 내 어깨를 네가 먼저 툭 쳐 “잘 지냈니?” 그 한마디 십 년이 녹아내려 첫눈이 오는 날에 우린 여기 서 있네 담담한 네 미소에 난 고개만 끄덕여 아무렇지 않은 듯 우린 서로를 보네 포장해 둔 김밥 한 줄 단무지는 빼달라던 네 버릇은 여전해 난 괜히 김치만 씹어 짠맛이 목에 걸려 창밖만 바라봐 첫눈이 유리에 붙어 금세 투명하게 녹아 우리 지난 시간도 저렇게 사라졌나 “잘 지냈니?” 그 한마디 십 년이 녹아내려 첫눈이 오는 날에 우린 여기 서 있네 담담한 네 미소에 난 고개만 끄덕여 우리가 사랑했던 그때의 우린 없고 각자의 삶을 걷는 어른이 되었나 봐 이제는 보내줄게 정말 행복해야 해 “잘 가”라는 그 한마디 악수도 없이 웃어 번호는 묻지 않을게 이게 우리의 끝이야 첫눈이 쌓여가듯 추억도 덮어둘게 가게 문을 나서며 어깨 위 눈을 털어 “참 예쁘다, 너처럼” 혼잣말만 남긴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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