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die

과수원 친구와 막걸리 반 병

재소(Jaes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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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rik

장마가 겨우 그쳤네
마당엔 젖은 흙내음
낡은 접의자 하나 펴고
막걸리 반 병을 마주하네
발가락 사이 스미는
축축한 시골의 감촉
호박넝쿨은 제멋대로
담장을 넘어가고 있네

라디오 낡은 스피커
지지직 흐르는 옛 노래
잔에 맺힌 차가운 물방울
툭 하고 바닥에 떨어질 때
문득 네 얼굴이 떠올라
사과나무 잘 키우고 있니

"우린 평생 음악만 하자"
허세 부리던 스물둘의 우리
넌 지금 사과를 따고
난 서울서 서류를 만지네
번듯한 이름표 하나 없어도
우리 제법 괜찮지 않니
갑자기 문을 두드려도
욕하며 찌개 끓여줄 너니까

무뎌진 꿈이 서글퍼도
이게 우리 삶인 것 같아
막걸리 한 잔에 웃어본다

5년 전 그날 밤이었지
고향으로 내려간다며
기타 대신 가위 들고
과수원 한다고 씩 웃었지
굳은살 박인 손가락 끝엔
이제 검은 흙때가 묻었겠네
연락 한 번 자주 못 해도
마음 한구석은 늘 네 자리야

비 온 뒤 하늘은 맑고
바람은 적당히 시원해
막걸리 한 모금 넘기니
네가 끓인 묵은지가 생각나
참 투박했던 그 맛이 말이야

"우린 평생 음악만 하자"
허세 부리던 스물둘의 우리
넌 지금 사과를 따고
난 서울서 서류를 만지네
번듯한 이름표 하나 없어도
우리 제법 괜찮지 않니
갑자기 문을 두드려도
욕하며 찌개 끓여줄 너니까

뜨거웠던 그 시절 노래들
이제는 소박한 일상의 소음
치열하게 살지 않아도
오늘 하루 무사히 보냈으니
그걸로 충분한 게 아닐까

(낮게 읊조리듯)
언제 한번 내려가봐야지...

취기가 살짝 오르네
입가엔 씁쓸한 미소
기타 줄 대신 나뭇가지를
다듬는 네 손을 그려보네
서로의 노래는 멈췄지만
각자의 삶이 가사가 되어
이 여름밤을 채우고 있네

"우린 평생 음악만 하자"
허세 부리던 스물둘의 우리
넌 지금 사과를 따고
난 서울서 서류를 만지네
번듯한 이름표 하나 없어도
우리 제법 괜찮지 않니
갑자기 문을 두드려도
욕하며 찌개 끓여줄 너니까

무뎌진 꿈이 서글퍼도
이게 우리 삶인 것 같아
막걸리 한 잔에 웃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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