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의 네온, 체리향 트렌치 (1989)
재소(Jaeso)21 écoutes
강남역 2번 출구 앞 보랏빛 네온이 켜지면 차가운 가을 바람이 우리 사이를 스쳐가네 보도블록 위 맺힌 빛 분홍색으로 번져가고 말없이 걷는 이 길엔 낙엽만 구르고 있네 주머니 속 깊이 숨긴 꺼내지 못한 그 편지 위로 슬쩍 닿는 너의 어깨 심장은 자꾸 뛰어오네 이별을 예감하면서도 지금 난 웃음이 나 도시의 불빛을 따라 우리의 마지막 산책 조금 더 천천히 걸어 시간을 붙잡고 싶어 너의 눈동자 속에 비친 야경은 너무 예뻐서 자꾸만 코끝이 찡해져 사랑은 그런 건가 봐 라라라 라라라라 네온 아래 우리 둘이 라라라 라라라라 이 밤을 멈추고 싶어 포장마차 하얀 김이 골목길 가득 피어나고 불 꺼진 레코드점엔 옛 노래만 흐릿하네 버스 정류장 가까이 갈수록 걸음은 짧아져 오늘이 끝인 걸 알아 그래서 더 소중한 밤 하얀 입김 흩어지는 차갑고 맑은 저녁 공기 너를 바라보는 내 맘 따뜻한 기억만 남길게 안녕이란 말 대신에 가만히 손을 잡아봐 도시의 불빛을 따라 우리의 마지막 산책 조금 더 천천히 걸어 시간을 붙잡고 싶어 너의 눈동자 속에 비친 야경은 너무 예뻐서 자꾸만 코끝이 찡해져 사랑은 그런 건가 봐 돌아가는 버스 창가 뿌옇게 서린 김 위로 너의 이름을 적어봐 금세 또 지워지겠지만 내일이 오지 않기를 빌어보는 가을밤 도시의 불빛을 따라 우리의 마지막 산책 조금 더 천천히 걸어 시간을 붙잡고 싶어 너의 눈동자 속에 비친 야경은 너무 예뻐서 자꾸만 코끝이 찡해져 사랑은 그런 건가 봐 라라라 라라라라 네온 아래 우리 둘이 라라라 라라라라 이 밤을 멈추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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